코로나 이어 '고환율 습격'…'면세점 암흑기' 언제 끝나나

입력 2022-06-24 17:13   수정 2022-06-25 01:00

면세업계는 코로나19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에 접어드는 것을 그 어느 업계보다 손꼽아 기다려온 곳이다. 코로나가 불러온 최악의 불황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정작 하늘길이 열린 지금 면세업계에는 여전히 한숨이 가득하다. 최대 큰손인 중국 보따리상의 구매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데다 해외 여행객들의 소비심리마저 고환율에 얼어붙었다. 재고 부담을 우려한 면세업체들이 제품을 많이 들여놓지 않아 상품기획(MD)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 없이 들어가는 샤넬 매장
24일 찾은 서울 시내의 한 면세점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대표적인 인기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샤넬 매장은 대기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백화점에서 연일 ‘오픈런’(개점과 동시에 매장으로 뛰어가는 것)이 벌어지는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크리스찬 디올, 구찌 등 다른 명품 매장도 썰렁한 분위기는 비슷했다.

카드 지갑을 사기 위해 샤넬 매장을 찾은 최모씨(34)는 원하는 디자인의 제품이 없어 빈손으로 돌아왔다. 최씨는 “지난 주말에도 왔었는데, 백화점과 달리 입장도 쉽고 쾌적한 환경에서 쇼핑할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면서도 “바라던 제품이 없어 구경만 하고 나왔다”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샤넬 면세점 매장에는 물건이 거의 입고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 면세점 매장만 해도 샤넬의 ‘스테디셀러’라고 할 수 있는 인기 제품들을 찾기 어려웠다. 샤넬 관계자는 “1~2개월 뒤 매장을 방문해도 상황이 비슷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 하락한 면세점
면세점의 가장 큰 강점인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면세점의 일부 상품은 백화점보다도 비싼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생로랑의 경우 400달러(약 52만원)짜리 지갑이 백화점보다 7만원가량 비쌌다. 매장 직원은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높아지다 보니 지금으로선 면세쇼핑이 크게 유리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면세업계에선 “고환율 악재가 장기화하면 올해 매출이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일 기준 면세점 적용 환율은 1295원7전이다.
○품목 확대도 어려워
면세점이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상품 구색을 갖추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면세점은 백화점과 달리 제조사로부터 물건을 직접 사들여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제품이 안 팔리면 재고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주요 면세점은 재고 관리를 위해 자산 규모를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적은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면세사업을 펼치는 호텔신라 TR부문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1조7297억원(회사 전체 자산 대비 65.1%)에서 올 1분기 1조7047억원(62.8%)으로 1.4% 감소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내년이나 돼야 분위기가 살아날 것”이라며 “올해는 내년의 손님들을 맞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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